상장 이후 적자를 지속하던 제주맥주의 주인이 바뀌었다. 관리종목 지정 직전 신규 자금 유치를 통해 도약하려는 시도로 읽히지만, 인수 주체가 맥주 사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자동차 수리업체란 점에서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커져가고 있다.
그간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했던 데다, 내년까지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관리종목,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영권 매각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전일 종가는 1494원이다.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연초까지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였다. 경영권 매각 소식에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지만 그나마 1000원대는 지키고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가장 중요한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주류 트렌드가 수제맥주에서 위스키, 프리미엄 소주 등으로 옮겨가면서 성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상장 이래 주가는 상장일 최고가(장중 고가 6040원)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상장한 지 일년도 채 안 돼 공모가(3200원) 아래로 떨어진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대 3382억원까지 불었던 시총 규모는 현재 87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적자가 지속돼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자본잠식률은 22%다. 자본금이 바닥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 잠식상태가 되면 곧바로 상장폐지될 위험도 있다.
제주맥주는 또다른 관리종목 지정 요건인 법차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익미실현 트랙으로 상장한 만큼 2025년까지는 법차손 요건에 부합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지만,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26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사업연도 기준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다. 제주맥주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2023년 54%, 2022년 72%, 2021년 14%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제주맥주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이중 4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100억원은 타법인주식 취득에 활용한단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최종 관심은 주인 변경을 계기로 회사가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다. 물론 자동차회사의 맥주회사 인수를 두고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가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를 떠넘긴 게 아니냐"며 "카센터 회사와 어떤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매각 대금 납입절차가 완료되진 않은 상태다. 제주맥주 측은 "앞으로의 회사의 사업 방향성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제주맥주의 신사업 진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실적을 미뤄 수제맥주만으론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단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방향성에 대해선 모든 게(대표 변경 등) 확정돼야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선 대표 제품인 '제주위트에일' 등에 집중하면서 프리미엄 한정판 제품 판매, 무알코올 맥주의 온라인 채널 확대 등으로 인지도를 제고하겠단 기존 전략에 대해서만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관련뉴스